예술은 예술가가 삶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녹아든 결합체이다. 정석우에게 작업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오는 어떤 축적된 힘까지 아우르는 과정과도 같다. 문명으로부터 발생된 종교와 기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우리를 목적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한낱 인간인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세상에는 분명 존재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제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우리가 있음을 알고 있는 것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흔히 동양에서는 기, 서양에서는 에너지로 불리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설명되기도 하며 그 누구도 특징지을 수 없는 오직 예술로만 표현할 수 있는 신비로운 대상이기도 하다.

정석우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의 삶이 함께 공존하는 우주적인 질서 자체에 근간을 두고 있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정신성과 순수한 감성을 회복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는 자연을 통해 알게 모르게 많은 에너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 강인한 힘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산처럼 인식한다. 결국 삶이 죽음으로 끝날 지라도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각자 나름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 여정 중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은 주변의 여러 현상 속에서도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 그리고 순환하는 에너지의 한 순간에 머무른다. 결국 형상의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제한된 표현보다는 그 내면의 세계에 담겨 있는 진실한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적자생존의 야생이 주는 잔혹한 환경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자연 속의 생은 그 순환의 고리 속에서 의미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회화작업을 다듬어지지 않은 외부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한 채 찍은 사진이미지들은 작가가 이러한 모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작품 속에 표현된 대상에는 작가 본인을 둘러싼 삶과 그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으며 속도감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흐름으로 인한 비정형적인 형태를 취한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우주의 에너지에 대한 경외심 속에서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심상을 추상회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작위적으로 어떤 형태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을 이끌어 스스로 표출되어 나오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즉흥과 우연으로 생성된 행위의 흔적들을 적절히 활용해 화면 내에 중요한 요소로 만들어가며 잠재적 에너지를 점차 시각화한다. 작가가 예술에서 얻으려고 하는 가치는 사물이 본래 지니고 있으나 드러나지 않는 에너지의 진동과 유구한 흐름의 한 순간을 표현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펼쳐 보여주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흐름에 내맡긴 채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종착지를 찾는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는 회화의 임무이다.

예술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재해석을 통해 기존의 모습보다 승화된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정석우는 주변을 헛되이 지나치지 않고 의식을 가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의미를 도출하여 사물들 간에 보이지 않는 상호 관계의 장을 드러낸다. 또한 유기적인 이미지들이 복합된 만큼 그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한다. 작가에게 작업 행위는 삶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통해 목적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며 작품은 그 순수한 의식의 결정체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찾아내어 형상화하고 조형적인 가치를 이끌어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한정된 캔버스의 화면을 우주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으로 확장하여 탈바꿈시킨다.

갤러리 도스 김선재